ETC
  • Review

2026.03

2026년 03월 25일

3월의 스프린트 주제는 멤버십 추가하기였다. 일정은 넉넉하지 않았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개발 주기를 앞당겨야 했다. 자연스럽게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2월이 로봇에 올라타는 법을 익힌 달이었다면, 3월은 그 로봇과 함께 실제 전장에 나간 달이었다.

robot

이전 마이페이지 개편 스프린트에서도 느꼈던 건데, 이번에도 동일하게 정책과 기획의 확정이 개발 속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했다. 두 번 연속으로 같은 지점에서 병목을 느끼니까, 생각의 방향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개발자로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어떤 행동이 도움이 되는가"**로 시선이 넘어갔다. 기획을 명확히 하는 작업, 기획 오류를 미리 제거하는 작업 — 이런 것들이 결국 더 빠르고 명확한 개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파이프라인의 파이프를 교체하다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본다면, 그 안에는 교체 가능한 파이프들이 있다. Jira 이슈를 만들고, 브랜치를 따고, 퍼블리싱을 하고, PR을 올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스킬 단위로 교체해나갔다.

가장 유용하게 쓴 스킬은 Figma URL을 기반으로 퍼블리싱을 진행하는 figma-to-page와, Jira 이슈 생성부터 Git 브랜치, 상태 처리, PR 작성까지를 하나로 묶은 작업 파이프라인 스킬들이었다. 각각의 파이프를 교체할 때마다 눈에 보이는 효용이 있었다.

그런데 이 "교체"가 의미 있으려면 하나의 조건이 필요했다.

AI에게 맡긴 작업이 내가 믿을만한 아웃풋을 만들어낸다는 공식이 성립해야 한다.

이 공식이 성립하는 작업들은 함수 같은 업무였다. 입력이 명확하고, 출력이 예측 가능한 것들. Jira 이슈를 만들고 브랜치를 생성하는 것, 디자인을 보고 마크업을 작성하는 것. 이런 작업들은 한 번 스킬로 만들어놓으면 의식을 덜하게 되고, 확실히 손이 줄어들었다.

다만 손이 줄어든 만큼 놓친 것도 있었다. AI가 만든 커스텀 훅을 여러 곳에서 활용하다가, 한 곳을 수정하면 다른 곳이 터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이드 이펙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적용된 코드였다. 잦은 기획 변동과 넉넉하지 못한 일정이 프레셔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것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AI의 속도에 취해서 기준을 세우지 못한 내 탓도 있었다. 작업의 컨텍스트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 그게 속도가 주는 함정이었다.

hongcheol

함수가 아닌 것들

반면, 모든 업무가 함수처럼 깔끔하지는 않았다. Figma 디자인을 기반으로 기능 기획을 해석한다거나, 아직 추상적으로 정의된 정책을 코드로 풀어내야 하는 작업들이 그랬다. 이런 영역에서는 내가 좀 더 명확한 디렉션을 넘겨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함수 같은 업무가 잘 돌아가는 걸 지켜보면서, 하나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함수가 아닌 영역도 입력을 더 정확하게 만들면 함수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입력을 정확하게 만드는 방법이 문서 기반 개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결제가 된 상품의 경우 가격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정책이 있다고 하자. 이를 기능 명세로 정리해두면, 백엔드에서는 판매 이력이 있는 상품에 대한 validation을, 프론트에서는 disabled 상태나 경고 알림 같은 UI 처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문서가 사이드 이펙트를 통제하는 하네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책과 기획이 문서로 정리되어 있으면, AI에게 넘길 수 있는 컨텍스트의 정확도가 올라간다.

아직 본격적으로 실행해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스프린트를 지나면서, 무조건 빠르게 개발을 시작하는 것보다 명확한 기능 명세와 정책을 먼저 정리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과 정확성 모두에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문서와 디자인을 함께 컨텍스트로 넘긴다면, 결과물의 정확도는 지금과는 꽤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에이전트 팀, 아직은 이론에 가깝다

에이전트 팀은 솔직히 많이 사용해보지 못했다. 실제 업무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병렬로 처리해야 할 작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막판쯤에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발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테스트 코드를 작성한다거나, 작업 중인 코드에 대한 리뷰나 검수를 병렬로 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는 했다. 하지만 이걸 실제로 적용하려면 작업 단위를 어떻게 나눌지, 컨텍스트를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직은 이론에 가깝다. 그래도 방향은 보인다.

좋은 파일럿의 조건

2월에 "좋은 파일럿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데, 3월을 지나며 좀 더 구체화됐다.

솔직히 나태해진 순간도 있었다. 원하는 결과가 머릿속에 있으면서도, 제약사항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아 기대와 다른 결과물을 받아든 적이 있다. 컨텍스트를 명확하게 정리하는 작업이 번거롭게 느껴져서, 말 그대로 "딸깍" 한 번에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거다. 그 나태함이 결국 재작업으로 돌아왔다.

결국 열어두고 전달하는 것보다 명확하게 내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구체적인 영역에 들어가 있는 작업일수록 더 그렇다. "알아서 잘 해줘"는 함수 같은 업무에서나 통하지, 해석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파일럿이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그리고 AI 활용에 대한 내 현재 온도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라고 표현하고 싶다. 언젠가 될 것 같다는 감각은 분명히 있는데, 어떻게 해야 더 빠르게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예전에는 업무량이 많거나 대규모 수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막연함부터 느꼈다면, 지금은 좀 더 희망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돌아보며

3월은 AI와 함께 실전을 치른 달이었다. 파이프라인의 파이프를 교체하며 효용을 체감했고, 함수가 아닌 영역에서는 문서라는 하네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에이전트 팀은 아직 이론이지만, 좋은 파일럿이 되기 위한 조건은 좀 더 선명해졌다.

팀 차원에서도 AI에 대한 수용은 빠른 편이다.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는 공감대는 대체로 형성되어 있지만, 실무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온도인 것 같다. 다만 이번에 Max 플랜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각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기대와 목표가 좀 더 구체화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확신에 가까운 기대. 이 온도를 유지한 채로, 4월에는 그 기대를 좀 더 확신 쪽으로 밀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finish